21 . 다시 이태리의 피렌체로
다시 이태리의 피렌체로
또 밀라노를 거쳐 시에나를 거쳐 굉장히 아름다운 예술의 도시 르네상스의 요람 피렌체로 왔다.
내리자마자 스페인 마드리드행을 예약하고 숙소를 잡기위해 근처 유스호스텔로 빠르게 발을 옮겼으나 이미 다 차버렸다. 주변의 저렴한 곳들도 그러했다. 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전화를 하려했으나 앞사람이 삼십분 넘게 통화를 해서 나를 힘들게 했다. 그래서 전화는 관두고 직접 찾아가게 되었다.
거리마다 정말 관광객들이 넘쳐났다. 내가 잘 곳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리건너 가이드에 있는 숙소를 찾아가보니 이미 찼다 했다. 내 얼굴이 실망으로 가득하니 그 매니저가 웃으며 다른 곳을 소개시켜주겠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라며 자상하게 말해 주었다. 난 그가 얘기해 준대로 골목골목으로 번지수만 찾아서 10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호스텔로 갔다. 조금 허술하긴 했지만 빈 침대가 있다고 하니 감사히 묵기로 했다.
알고 보니 기본적으로 2박해야 하는 곳인데 1박 예정인 나로선 고마울 따름이었다. 내가 머물 도미토리방은 리셉션에서도 몇 개의 복도를 지나쳐야 나왔는데 꼭 병원같이 침대가 늘어서 있었고 한 아줌마가 침대에 걸터앉아 식빵에 쨈 발라 먹고 당근도 깎아 먹고 계셨다. 이상한 냄새도 났다. 그 아줌마의 특유의 체취인거 같았다. 얼굴은 평범한데 영화 미져리에 나오는듯한, 참으로 어두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난 반가이 인사를 하였고 간단한 세탁을 마치고 그 아줌마를 남겨두고(계속 그 자리에 앉아서 먹고 있었다.) 관광을 나갔다.
배낭 짊어지고 왔을 땐 꽤 멀리 느껴졌는데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다리 건너 두오모성당을 먼저 가보았다. 우뚝 솟은 돔의 두오모 성당은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성당이라는데 진짜 멋졌다. 천천히 갤러리, 궁전, 광장을 지도를 따라 구경했다. 인파도 굉장했다. 많은 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즐겁게 다니고 있었다. 이태리에선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고 먹는 모습이 굉장히 눈에 많이 띄었다. 또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떤 아저씨여행객이 멀리서 나를 불러 세워서 잠깐 얘기를 하자고 했다. 난 무슨 일 이냐고 했더니 외모에 대한 찬사와 함께 잠깐이라도 얘길하고 싶다고 했고 난 바쁘다는 핑계로 그 자리를 모면했다. 여행 내내 동양인에 대한 신비감을 가지는 남자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의 호의가 나쁜 건 아니지만 평범한 동양여자의 사고로선 좀 조심스러웠다. 길을 잃게 되어 방향을 잡을 수 없을 때 우연히 벼룩시장도 구경하게 되었다. 갖가지 흥미로운 물건들이 관광객들을 끌었다. 나도 쇼올이나 가죽제품에 눈이 갔으나 참기로 했다.
중심가보다 좀 멀리 떨어질수록 물가가 싼 편이라 여행 내내 주로 중심가에서 뭔가를 사는 걸 자제하고 일부러 멀리 가서 식품을 사곤 했었다. 돌아오는 길엔 유명한 베끼오 다리를 건넜는데 수많은 관광객들이 아름다운 다리와 야경을 사진 찍었다. 그리고 금은방들이 줄지어 휘황찬란하게 빛났다. 내가 강에 비치는 노을이 아름다워 탄성을 지르니 어떤 사람이 사진 찍어 주겠다고 나섰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가 된 듯 웃고 즐겼다. 어두워지자 마지막으로 우피찌 갤러리에 갔다. 겉모습만 보려다가 예술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그곳을 그냥 지나치기가 망설여져서 다음날 아침 들어가 보기로 결심했다.
숙소에 돌아와서 방에 들어오니 어두컴컴한 곳에서 그 아줌마가 낮에 앉아있던 모습 그대로 앉아서 빵에 쨈을 발라먹고 계셨다. 난 좀 당황스러워서 간단한 말만 주고 받고는 얼른 샤워하러 나갔다. 방에 들어오니 아줌마가 누군가와 핸드폰을 들고 통화하는데 큰소리가 나기도 하고 울기도하고 그러신다. 세탁하고 나오니 그 아줌마가 자고 있었다.
내 상상으로는, 그 아줌마는 부부싸움을 하고 속상해서 집을 나오신 거 같았다. 관광지에 와서 관광을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여행객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로 마구 먹어대고 있었던 것이었다. 난 조용히 불을 끄고 방을 나왔다. 잠을 자기엔 넘 이른 시간이라 식당과 거실 쪽으로 놀러 나갔다. 거기에 네 명의 여학생들이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난 자판기 커피를 뽑으려다 이태리어를 몰라 커피의 종류를 모르니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들의 자상한 배려로 난 정확히 내 입맛에 맞는 걸 뽑을 수 있었고 참 고마웠다. 난 그녀들에게 그림 그려주겠다고 제안했더니 다들 기대에 차서 한 사람 한 사람 모델이 되어 주었다. 그림을 그리며 그녀들 각자의 개성이 서로 너무 다른 게 재미있어서 그녀들에게도 얘길 해주니 정확하다고 다들 오히려 더 재밌어했다. 난 그 자리에서 그들 뿐 아니라 다른 여행자들까지 그리게 되었다. 어떤 이는 술을 권했지만 사양했다. 그리고 그녀들은 그리스유학생들이었다. 우린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했다. 그러다 명상까지 얘기가 나왔고 놀라운 건 그녀들이 그 점에 관해 굉장히 깊게 사고하고 있었다. 그중 한명인 마이르토가 앞으로도 나에게 계속적인 대화를 부탁하며 나의 이메일주소를 적어 갔다. 다들 아름다운 그리스에 꼭 놀러 오라했다. 언젠가는 가게 되겠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서는 그리스아가씨들과 나에 대한 얘길 나누는 게 들렸다. 그림을 다 그리고 돌아보니 칼라가 거기에 있었다. 난 너무 반가워 그녀를 포옹했다. 사실 피렌체에 와서 그녀 생각을 했지만 경황이 없었다. 그녀가 오래전에 예약해둔 숙소는 이미 차버렸기 때문에 이곳으로 왔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뜻밖이었다. 그녀는 함께 있던 친구들을 나에게 소개했고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지만 아쉽게도 난 저녁을 먹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난 그리스아가씨와의 얘기에 빠졌고 칼라도 다른 친구들과 트럼프에 빠져있어서 둘이 얘길 나눌 기회가 없었다. 그 때가 칼라와의 마지막이 되었다. 아마 우리 둘은 대화를 하면 굉장히 잘 통할 거 같은 느낌이었다.
다음날 아침 어제 밤늦게 들어온 독일 아가씨 둘과 인사했다. 그녀들은 지금 급히 기차타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참으로 밝은 성격의 그 아가씨들은 그 아줌마의 이상한 행동에 나에게 눈짓만 보였다. 아마 그들이 며칠 아줌마와 함께 보냈으니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마침 그 아줌마도 체크 아웃 할 모양이었다. 난 짐을 맡기곤 우피찌에 갔다. 라파엘, 다빈치 등의 걸작들을 구경하고 윗 층의 코스툼을 보려니 따로 입장료를 내야한단다. 아쉬운 마음에 돌아서니 소나기가 와서 한시간정도 더 앉아 있었다.
비가 그친 거리는 더욱 시원하고 깨끗한 느낌이었다. 웬만한 곳들은 다 둘러보았기에 몇 군데 다시 둘러보곤 숙소로 가서 배낭을 가지고 터미널로 갔다. 여행 중 제일 긴 거리를 버스로 여행할 준비를 해야 했다. 일부러 마트에 가서 하루 넘는 여행에 필요한 음식을 샀다. 30여 시간을 가야하기에 몇 끼를 버스 여행 중에 먹어야했다. 사실 버스휴게소에서 내려 일일이 사먹기엔 가격이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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